Peter J. Feibelman 원저의 A Ph.D. Is Not Enough!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내용을 정리하는 네 번째 포스팅이다.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1)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2)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3)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4)

1. 전략적 사고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과학자가 되어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이 있다. 가장 확실한 전략은, 중요한 장기연구목표를 한 가지 정한 다음 이것을 몇 개의 작은 프로젝트로 쪼개는 것이다. 각각의 소 프로젝트들은 논문이 될만한 publon을 얻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전략으로 논문을 발표하면 당신이 매우 흥미로운 연구영역에서 일하고 있음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당신이야말로 일련의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사람이라는 확신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며, 당신의 직장에도 기여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노력한 결과물을 인정받고 싶다면 연구의 성과물을 묶어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과학자로서 당신 개인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연구지원기관으로서도 그 연구를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작은 프로젝트의 성과물을 차례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논문 목록을 늘려가면 취직하기에도 유리하다. 당신에게서 위험성이 발견될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논문으로 증명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언제나 높이 평가된다. 당신이 발표한 논문들은 지금까지 당신이 생산적이었음을 보여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좋은 증거이다. 똑같은 결과를 가지고 논문을 많이 써서 편수만 늘리는 사람을 나쁘게 평가하는 시각도 정당하지만, 엄청난 분량의 논문 한편에 아주 많은 측면을 세세하게 토의하는 것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동료 과학자들은 물론 연구비 관리자와 미래의 고용주들에게 당신의 생산성을 알리고 당신의 직장을 홍보하는 의미가 있고 논문을 통해 학계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성과나 아이디어를 시의적절하게 소개함으로써 그 분야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남들이 같은 연구를 반복 수행하는 낭비를 미리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p.130)

2. 연구분야 선택의 딜레마

각광받는 연구분야에서 일하는 건 짜릿한 흥분을 주지만 (학회에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이런저런 상들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위험성도 크다. 이런 분야에서 일하고자 한다면, 스스로에게 먼저 던져봐야 할 질문들이 있다. 수 많은 과학자들 틈바구니에서 의미 있는 진보를 이룰만한 가능성이 과연 당신에게 있는가? 만약 이 분야가 당신이 아는 유일한 연구 영역이라면, 나중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분야를 찾아 당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려면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수 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신의 접근법이 새롭고 훌륭한가?

유행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유행을 앞서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나의 방식을 이런 것이었다. 중요한 의미는 있지만 해결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서 남들이 모두 어렵다고 생각하는 연구주제를 고르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내 시간과 노력을 이곳에 투자해서 이 연구영역을 나의 것으로 확실히 선을 긋는다. 동료들은 이 분야에서 다른 사람이 수행한 연구와 나의 연구성과를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힘들여 일하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내겐 경쟁자도 거의 없다.

블루 오션과 데드 (dead) 오션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데드 오션이라면,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하다보면, 왜 블루 오션처럼 보였는지, 남들이 왜 하지 않는지 깨달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다고 차별점이 있는 연구는 아니다. AI가 큰 이슈를 끌고 있는 요즘, 과연 AI를 연구하는 것이 단순히 실적을 넘어 나에게 의미있는 연구 주제인지, 또 연구 영역인지, 나의 남은 대학원 생활을 마무리하기에 추가적으로 해도 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3. 정리

대학원은 여전히 도제식 교육을 채택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우게 하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주체적으로 경험을 통해 깨닫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인류의 전체적인 지적 수준 향상을 위해 이전의 세대가 겪은 시행차오를 왜 처음부터 다시 교육을 받게 하는지에는 의문이 생긴다. 적절한 지식 전수와 주체적 경험이 같이 융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은 발표 준비하기, 논문 쓰는 법, 면접 준비하는 방법 등을 경험으로부터만 배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며 배우기도 어렵지 않고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며 책을 마무리한다. 몸으로 직접 체득하기 위해 갖가지 경험이 스쳐가 주길 기다리는 방식은 특히 일반적으로 박사학위를 마치면 30살 즈음이 되는 연구자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고 당신의 세미나 발표가 잘 구성되었는지, 지금 쓰는 논문이 5년 뒤에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인지, 당신의 연구프로그램이 현재 당신 위치에 적절한 것인지를 잠시라도 생각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