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J. Feibelman 원저의 A Ph.D. Is Not Enough!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내용을 정리하는 세 번째 포스팅이다.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1)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2)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3)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4)

1. 고용주의 시각으로 보라

당신의 연구 목표를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의 관심 영역이 연구소의 방향과 다르다면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사전에 그들의 연구 방향과 최근에 출판된 논문, 업적들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의 논문들이 당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처럼 그들의 논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관심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당신의 연구 관심분야도 그것에 맞추어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논문들을 검토하면서, 연구소의 연구 방향이 당신의 관심 분야와 어떻게 관련되는지 찾아보라. 만약 이 두 가지가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면, 그 연구소가 당신에게 적당한 직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교수 임용 면접이라면, 담당하고 싶은 과목과 담당할 수 있는 과목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미리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답을 잘하지 못하면, 면접관들은 당신에게 학과의 훌륭한 구성원이 될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미리 준비하면 큰 도움이 되는 또 하나의 예이다.

면접이 끝나면 면접관들은 수 일 이내에 면접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면접보고서를 쓰기 위해 그들은 당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려고 애쓸 것이다. 당신이 그들의 연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고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으며, 그들의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점들을 잘 설명했다면, 그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평가보고서를 잘 써줄 것이다. 이와 반대로 연구에 기여할 가능성은 커녕 그들이 뭘 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면접을 받았다면 그들은 당신에게 연구에 대한 열정이나 연구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할지도 모른다. (p.105)

2. 연구계획 세우기

우선 당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연구주제를 선택할 때는 관심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시간 내에 완수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현재 수행하는 연구가 당신의 장기 연구계획의 어느 단게에 위치하는지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당신의 분야를 뛰어넘는 연구활동을 할 수 있다. 한편 당신이 경쟁자들에 비해 유리한 영역을 찾아야 하며,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연구주제를 선택해야 한다.

신기술, 난해한 테크닉, 새로운 시약, 새로 동정한 미생물 등을 이용하여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인 연구생산성이나 생존가능성을 고려한다면 기술지향적인 것보다는 문제지향적인 쪽이 훨씬 유리하다. 문제지향적이란 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과학적 과제를 명확히 세운 다음, 때로는 기술을 새로 배우거나 개발해야 하더라도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기술에만 관심을 쏟으며, 이 기술이 적용될 수 없는 과학적 문제는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술지향적인 연구자는 학문적 리더로 오랫동안 살아남을 확률이 거의 없다. 당신은 학문적 리더가 되고자 하는 것이지 기술적 리더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분야에 따라 위험이 커지기도 한다. 연구가 그 동안 활발하게 진행되어 단 하나의 큰 문제만 남아있는 연구 분야가 그 예이다. 하나 남은 그 문제를 당신이 해결할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비록 짜릿함은 덜 하겠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결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에서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p.126)

연구 또한 사업과 마찬가지로 문제 지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인상깊다. 박사학위를 취득하며 내가 훈련하고, 얻고 싶었던 것은 되는 좋은 문제를 찾는 능력, problem formulation인데, 이는 모든 삶을 관철하는 철학인 것 같다.

3. 성공적인 포닥 생활을 위한 시간 변수

연구 방향을 설정할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시간이다. 당신이 포스트닥 과정을 밟고 있다면 2년짜리 연구프로젝트에는 손대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지도교수가 당신에게 이 프로젝트를 맡긴다면, 지도교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 포스트닥 과정을 마칠 때까지 연구의 성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인가, 포스트닥 계약이 끝날 때까지도 연구가 종료되지 않으면 계약을 연장해 줄 것인가. 계약기간은 2년인데 논문이 나올 만한 성과물을 일년 반 이내에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교수가 보여주지 못한다면, 차라리 단기간에 마칠 수 있는 연구를 여러 개 수행하겠다거나 그 장기 연구 프로젝트와 병행해서 수행하고 싶다는 뜻을 정중하게 전달하라. 만약 교수가 자기 생각만을 계속 고집한다면, 지도 교수가 자신의 이해만을 우선시 하는데 순종하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다. 짧은 기간 내에 성과를 얻어낼 가능성이 큰 다른 연구팀을 찾아 보는 게 좋다.

연구팀을 옮겨보려고 다른 교수를 만날 때는 현재 지도교수에 대한 불평을 털어놓지 않는 것이 좋다. 다른 교수를 만나는 목적은 당신이 학문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는 성숙한 과학자임을 그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불만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필요한 의사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지금 함께 일하는 지도교수가 흥미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제안했지만 연구 성과를 얻어 논문으로 나올 때까지 실험실에 머물 여건이 안 된다. 그래서 나중에 연구의 업적을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식으로 포스트닥 과정을 마치면 정식 직업을 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2년 후에 실직자 신세가 되고 싶지는 않다.” 등 의 설명을 하면 된다.

한국에서의 석박사과정이 정규과정으로 2년, 4년으로 총 6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며, 포닥은 길게 하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미리 계획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직을 할 때, 포닥이 아닌, 회사라도, 모든 일에 불평 불만을 가지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기에, 불평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불평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다.

4. 기술지향 대 문제지향

대학원을 졸업할 때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저마다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을 응용해서 연구를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우리는 곧잘 “내 기술로 이젠 또 뭘 손대볼까?”하는 식의 나쁜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신진 과학자를 고용하는 기관은, 특수한 기기를 다룬 경력이 있거나 매우 각광받는 신기술 경험이 있는 박사나 포스트닥을 구하는 방식으로, 즉 기술지향적인 접근법으로 연구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가끔 있다. 레이저나 핵자기공명분광기술 같은 전문기구나 기술이 처음 나오면 중요한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기술 한 가지만을 가지고서 장기적으로 일련의 문제를 해결해 온 과학자는 거의 없다. 우물은 마르기 마련이다. 재미있는 발표를 하고, 의미 있는 논문을 쓰며 연구비를 쉽게 확보하는 과학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자원이든 끌어올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나는 여러분이 연구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문제지향적 접근법을 취하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어떤 전문기술이 필요한지에는 구애받지 말고 중요한 과학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라는 것이다.

당신이 고용된 이유가 특정 전문기술 때문이었는데 당신이 그 전문기술에만 매몰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면 고용주가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년쯤 지나면 그 전문기술도 더 이상 첨단만은 아닐 것이며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때 가서도 그들이 만족스러워할까. 그 일 자체를 소홀히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당신의 생각을 확실히 밝히고 연구영역을 확장시킴으로써 중요한 과학적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연구비도 새로 받아오고 학계에서도 위치를 굳건히 한다면 그들이 처음 품었던 실망도 차츰 누그러질 것이다.

연구계획 세우기에서도 설명했든 좋은 문제를 찾아 어떠한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문제를 풀어나아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