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J. Feibelman 원저의 A Ph.D. Is Not Enough!
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내용을 정리하는 두 번째 포스팅이다.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1) |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2) |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3) |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4) |
1. Publish or perish
논문 발표는 연구 활동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발표되지 않은 연구는 완료된 게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자기의 논리를 글로 옮기다보면 사고를 정리할 수 있고 논리상의 오류를 발견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연구의 의미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논문 발표에는 전략적인 의미도 있다. 이제 막 과학자의 길에 들어선 사람은 시간에 걸 맞는 보수를 받지도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기도 힘들다. 성공하기 위해선 당신의 능력을 널리 알리고 두루 인정받아야 하며 이에 효과적인 방법이 논문발표이다.
논문을 많이 쓰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인용되는 빈도도 증가한다. 과학자로서의 삶이 갖는 이런 측면에 대해 지나치게 냉소적인 시각을 취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내용이 중복되더라도 논문만 많이 써서 이름을 알리려 하는 것은 아니며, 매우 훌륭한 논문 한편을 통해 남들에게 찬사를 받는 것도 좋지만, 직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식의 발표 전략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p.63)
체계적인 논문들을 단계적으로 발표하는 좋은 방법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일련의 프로젝트들로 연구를 기획하는 것이다. 중요한 과학적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감으로써 당신의 학문적 관심을 추구할 수 있고, 동시에 과학계에 당신을 널리 알릴 수 있고, 직장에서도 안정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요한 장기 연구과제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얻은 세부 프로젝트의 결과를 독립적인 연구성과물로 학계에 보고하는 것이 좋다.
이런 류의 논문을 publication의 quantum인 publon
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논문들의 서론에는 중장기 연구목표에서 어떤 맥락에 있으며 그 중장기 연구주제를 어떻게 진전시켰는지 설명하고 이런 식으로 대여섯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하다보면 중장기 연구과제의 성과물을 얻게 될 것이다.
지난 번 포스팅의 두 번째
포닥으로 성공하기 위한 핵심
에서와 비슷한 조언이며, 질 좋은 긴 연구 논문을 작성하는 것도 좋지만, 중간 결과물에 대하여 작성하는 것은 연구자를 고용한 연구소의 매니저와 기관에게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겠다. 연구소장이나 연구지원 기관의 관리자들은 중장기 연구를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고 신진 연구자의 고용을 갱신하는 주기를 생각하면 더욱이 그럴 수 있다.
이런 논문 작성 요령은 완벽주의자들에게도 좋은 데 복잡한 내용의 중대형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를 다루는 것보다 조그만 프로젝트 하나의 결과를 정리하는 것이 내용상의 정확성을 기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내용의 중대형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를 다루는 것보다 조그만 프로젝트 하나의 결과를 정리하는 것이 내용상의 정확성을 기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논문 작성 또한 린 스타트업이나 애자일 프로세스와 유사하게 작은 단위로 빠르게 작성하고 빠르게 검증받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2. 기업체와 국립연구소
기업체나 국립기관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건 대학교수에 비해 몇 가지 불이익도 있지만 장점도 적지 않다. 확실한 고용보장을 받는 것은 엄청난 혜택일 수 있지만 전세계 동료 과학자들의 주목과 인정을 받는 데 연구자로서 진정한 직업 안정이 있지 않을까. 당신의 연구 성과가 널리 인정받아서 다른 사람들의 논문에 자주 인용된다면 당신이 두려워할 건 하나도 없다. 언젠가는 현재의 직장을 떠나야 할 수 있지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기업체나 국립연구기관의 환경은 연구를 하기에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당신에게 경쟁력만 있다면 종신재직권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6~7년 후에 승진이 안되어 해고당하는 경우는 대학에서처럼 흔하지 않다.
기업체, 국립기관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가장 큰 장점은 당신의 직무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이다. 고용주에게 중요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여 흥미 있는 성과물을 얻어내는 데 기여하고 동료 연구자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외부에서 연구비를 끌어와야 할 수도 있지만, 연구소 측에서 당신이 필요한 기자재를 가능하면 구해주려고 애쓸 것이다. 당신의 연구에 우선적인 중요성이 있다면 연구기자재도 최고 성능의 최신 모형으로 제공될 것이다. 대학의 친구들이 대형컴퓨터 한 대를 구입하려고 길고 긴 연구계획서를 쓰고 있을 때, 당신은 최신 첨단 초대형 컴퓨터의 기능을 익히느라 애먹고 있을 것이다.
연구소에서는 직무내용이 명확하기 때문에 긴 시간을 일하지 않고서도 남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고, 강의를 하거나, 기말 시험에 왜 D학점을 줬는지 설명하는 일에 시간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연구소는 관리되는 곳이라 관리자들은 실험실이 원활하게 운영되는지 살피고, 연구 환경을 개선해주며, 자질구레한 행정 업무를 대신해준다. 동일한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연구하는 과학자 그룹도 많이 있어서 서로 연구결과를 공유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추후에 수행할 필요가 있는 연구내용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이는 대학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p.89)
관리자들 밑에서 일하면, 회사나 국회에서 연구의 우선 순위를 변경하거나 수익이 나빠져 연구 방향이 바뀌거나 도중에 중단해야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고 자기의 아이디어를 따르라고 강요할지도 모르고, 논문이나 특허출원에 자기 이름을 넣어 달라고 할 수도 있고, 자기 직무를 떠넘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당신의 명성이 확고해지고, 연구를 신뢰성 있게 지도적으로 수행하다보면, 어느새 연구 계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자유를 갖게된다. 또한,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자들의 제안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틴 성당을 채색해 달라고 부탁한 건 교황이었지, 미켈란젤로가 로마예술위원회에 신청서를 낸 게 아니었다. 구체적인 용도만을 바라보고 막무가내로 진행시키는 연구를 경멸적으로 보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노벨상을 받았던 트랜지스터의 발명과 같이 현실적인 필요 때문에 추직된 연구가 지극히 중요한 기초과학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오히려 시장에서 명확하게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문제를 푸는 것은 정말 가치 있는 문제일 수 있다.
3. 고용주의 시각으로 보라
당신이 지원한 기관이 연구원이 많지 않고 그 인원들도 여러 개의 연구팀으로 세분되어 당신이 속하게 될 연구팀은 아주 작을 수 있다. 당신을 고용하는데 따르는 위험 부담이 있는 것이고 당신이 일하는 기관의 연구비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방향을 못잡고 동료들과 원활하게 협력할 줄 모르고 생산적이지 않으면 경영진의 시각에서 엄청난 자원 낭비이다.
이런 위험 가능성 때문에 면접관들은 당신에게서 강한 확신을 찾고 싶어한다. 당신이 자리를 차지하고 연구비만 축내는 사람이 아니라 즐겁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당신이 과학자로서의 전망이나 향후 2~3년 동안의 연구 목표 등을 생각해보지도 않은 채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면접에 나서면 그런 믿음을 심어줄 수 없다.
뭐든 시키면 해보겠다거나, 확실한 계획은 없지만 일단 취직해서 흥미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는 언급을 해선 안된다. 시키는 대로 따르는 손발이 필요하다면 테크니션을 구하는 게 위험도 적고 경제적이다. (p.102)
머리가 명석하고 분석 능력이 뛰어난 V는 널리 사용되지만 결과를 정확히 해석하기 어려운 실험기법에 주목하고 이 기법으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학적 모형을 개발했다. 그러나, V는 비공개 면접에서 자신이 오로지 특정 분야만의 전문가로 분류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 분야만을 계속 파고든다면 나중에 다른 분야에서 일할 자유를 잃게 되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자기에게는 다양한 연구분야에 공헌할 능력이 있으며, 특정 분야에서만 오랫동안 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V의 말은 지금까지 취미 삼아 과학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덧붙여 다방면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포닥으로 고용되면 한 가지 연구주제에만 집중하고 싶지 않고 한 연구팀에 소속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우리에게 그는 한두달씩 번갈아 다른 실험실을 기웃거리며 시간을 낭비할 사람처럼 보였다. V는 최첨단 과학 연구를 하다가 실수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실수나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일이 더 마음에 든다고도 말했다. V의 두뇌는 단연 명석하고, 학문적 배경도 탁월하였으며, 학문적인 성취도 남달랐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고용할 수 없었다. 계약기간 내에 흥미를 끄는 연구주제를 찾을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것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가치 있는 문제를 정의하고 찾을 수 있고, 또 그 문제를 끝까지 집요하게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특정 한 문제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연구자로서는 가치 있는 일일지 몰라도 시장에 적합한 좋은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가치 있고 적합한 문제를 찾았다면 그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야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