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J. Feibelman 원저의 A Ph.D. Is Not Enough!
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내용을 정리하는 첫 번째 포스팅이다.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1) |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2) |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3) |
공학자/과학자/연구자를 위한 생존 전략 (4) |
1. H는 교수라는 직업에 도달하기 위해,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에 어떻게 해야했을까?
H는 유명한 미생물학 교수의 장녀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분야가 직업시장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분야를 약간 바꾸어 널리 알려진 대학의 조교수 자리를 얻었다. 그녀가 대학에 자리를 구한 것은 자신도 학계에서 널리 인정받을 수 있음을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았다면 현재의 상황이 아버지 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옛날에는 연구비가 넉넉했기 때문에 학계에서 성공하기가 한결 수월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조교수로서 향후 5년은 엄청난 악전고투를 거치며 모든 개인적인 욕구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어야 했다. 그 분야의 지식을 따라잡으려 박차를 가하고, 강의를 하며,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고 실험기자재를 갖추는 등(연구에는 필수적인 모든 것들) 때문에 하루에 16시간씩 일해야만 했다. 5년을 이렇게 일한 후 결국 종신직 (tenure) 교수가 될 수는 있었다. 그런 면에서 그녀가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5년 동안 그녀에게 일 이외엔 어떤 삶도 없었으며 결혼은 이미 파탄 나 있었다.
국립연구소나 기업연구소에서 일을 했었다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강의부담이나 교수회의가 없으며 연구실에 찾아와 학점을 따지는 학생들도 없다. 이런 연구환경이었다면 하루에 8~10시간만 일하고도 이름을 날릴 수 있었을 것이다. 5년 뒤에 훌륭한 대학에 종신직 교수로 취직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더욱이 그 동안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며, 어쩌면 아이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직업도 더 안정적이며, 보수도 30~60% 정도 많다. 소설을 읽거나 휴가도 즐겼을 것이다. 어찌됐건 종신직 교수가 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일이 완전히 어긋난 것만은 아니지만, 곧바로 대학에 자리를 잡아, 주위로부터 인정을 받겠다는 낭만적인 생각 때문에 H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했던 것이다. (p.34)
주변 연구실에서 졸업한 박사님들이 거의 바로, 연구환경이 좋지 않은 대학이라도 바로 교수로 임용하고자하는 경우를 보는데 부족한 연구비와 연구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조교수가 이르게 되는 것 이외에도 교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겠다. 교수가 되기 위한 본인의 가치관과 목표가 연구라면, 오히려 정부출연연구소 등에 취업하며 연구를 하는 것이 교수가 되기에 더 편할 수 있겠다.
2. 포닥으로 성공하기 위한 핵심은?
일단 포닥 자리를 잡은 다음 성공하려면
- 무엇이든 끝내야하며,
- 당신 자신을 남들에게 알리고 당신의 유용성을 보여줘야 한다.
포닥으로서 당신의 우선 순위는 장차 당신이 직업으 구하러 나섰을 때 남들에게 내보일 수 있는 연구성과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시작만 했지 끝마치지 못한 사람은 환영받지 못한다. 아무리 유망한 연구를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포스트닥 과정 일년 반 동안 끝마치지 못했다면, 그보다 시시한 연구를 수행했더라도 결과를 얻어 논문으로 발표한 경쟁자에게 기회를 빼앗기기가 쉽다.
필요한 향후 연구 내용을 언급하면 연구결과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논문을 발표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증거가 몇 가지밖에 없더라도 흥미로운 생각을 풀어놓을 줄 아는 사람이, 심도 깊은 연구를 수행했지만 결론을 이끌어내기에는 증거가 부족한 사람보다 직업을 구하기가 유리하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포닥을 마칠 때까지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연구 성과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언은 냉소주의가 아니라 현실적인 것이며, 평생동안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저명한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 (Wolfgang Pauli)는 한 젊은 동료의 완벽한 연구를 평하여 “어떻게 틀린 데가 하나도 없을 수 있느냐” 라고 불평했던 것은 되새겨 볼 만 하다. (p.46)
교수 임용 시 게재 한 논문의 편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쩌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발표한 논문 수 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논문을 발표하지 않더라도 연구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대학에서는 결국 판단을 해야하니, 결과를 보여줘야하고, 긴 시간이 필요한 파급력 있는 연구에 대한 욕심을 때로는 조금 내려놓고, 자신의 연구와 지금까지의 결과를 중간 중간 정리하고 나아가는 것도, 틀리지 않은, 안전한 방법일 수 있겠다.
3. 발표/프리젠테이션은 왜 잘 해야할까?
면접을 받으러 갔다면 면접을 담당하는 과학자들이 당신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들이 당신을 뽑고 싶도록 메시지를 전하는 가장 좋은 기회는 바로 세미나 발표이다. 새 직장에 들어가서 1~2년쯤 지나면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발표할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것 역시 좋은 기회이다. 당신을 잘 아는 동료들은 이미 당신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가진 영향력은 제한되어 있다. 당신이 세미나에서 발표를 훌륭하게 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직장에서 당신의 위치가 더 안정될 것이며 어쩌면 승진이 될지도 모른다.
논문 읽을 시간이 넉넉한 과학자가 드물다는 사실도 기억하라. 그들이 얼마나 새로운 사실이나 흥미로운 연구를 접하는 것은 보통 학회나 세미나를 통해서이다. 세미나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 다음에도 발표해달라는 요청을 곧잘 받게 되는데, 이는 직장에서 당신의 위치가 안정되어감을 의미한다. 당신의 직업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에서도 세미나 발표는 아주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 세미나 발표를 잘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발표기술이 뛰어난 과학자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p.49)
좋은 세미나를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하고, 본인의 세미나를 널리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예를 들면, 유튜브)도 연구 커리어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4. 어떻게 발표/프리젠테이션를 해야할까?
좋은 발표는 기승전결을 갖춘 훌륭한 이야기고, 당신이 설명을 제대로 못하거나 생각을 잘못 전달하고, 오타로 지저분한 슬라이드를 보여주거나, 발표 시간이 다 되도록 서론도 끝내지 못했을 때 청중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당신의 발표(공연)가 좋지 않아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과학자인지에 대해서 일말의 고려도 하지 않고 당신을 내려보내고 말 것이다.
당신이 발표하는 분야가 청중들의 관심사고, 경험이 많고, 그들 중 몇 명은 당신 분야에서 엄청나게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고 해도, 과대평가하면 안된다. 아는 내용을 되풀이해 듣는 것을 거리끼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발표내용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할 것이다. 발표의 서론에는 첫인상을 형성하고, 당신이 청중들에게 심어주어야 하는 것은
- 이 연구분야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 학문적 호기심이 풍부하여 장래가 촉망되어 보인다는 인상과,
- 스스로 연구활동을 즐기고 있다는 인상과,
- 이 발표를 통해 흥미로우면서도 유용한 정보를 청중들에게 전달할 것
이라는 암시이다.
가끔 어떤 과학자들은 방정식만 가득 찬 슬라이드를 자주 보여준다. 기술적인 미세한 내용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발표가 아니라면 이런 슬라이드는 적당하지 않다. 10분이 아니고 한 시간 발표라고 해도, 청중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제한되어 있다. 청중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청중의 한 사람이라고 상상하면, 어떤 사람을 고용할 것인가? 당신의 방정식을 이해한 동료가 다른 동료에게 당신의 연구의 의미와 중요성을 설명해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하지 않고서도 그와 직접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공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기본개념이나 근사치, 결과, 예측치 등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이 낫다. 윗첨자와 아래첨자로 빽빽한 슬라이드는 내버리자. (p.51, p.58)
세미나를 잘하는 방법을 요약하자면,
- 세미나는 일종의 공연이니 세심하게 계획하고 철저하게 연습해야한다,
- 자신감을 가지고 연구를 즐기고 있으며 연구결과에 흥분한 것처럼 행동하라,
- 청중은 발표를 듣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으니 존중해야 한다. 전공이 다르지만 당신의 발표내용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 군더더기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발표를 한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도록 개개의 슬라이드를 깔끔하게 편성하라. 발표가 예정보다 약간 일찍 끝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 시각자료를 보기 좋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현란하면 좋지 않다.
평소 연구실에서 발표를 할 때에도, 발표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도, 항상 큰 세미나를 준비하다고 생각하며 연습해야겠다. 교수님 앞이 아니라도,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