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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6)

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6)

크래프톤의 10년간의 여정이 담겨 있는 크래프톤 웨이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내용을 정리하는 여섯 번째 포스팅이다.

1. 김창한이 생각하는 리더의 조건

리더는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많은 리더가 착각한다. 옳은 결정을 내리는 일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이다. 결정은 시작일 뿐이다. 리더는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일하게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나쁜 방법은 지시를 하는 것이다. 특히 창조적인 작업에서 지시를 통해 일하게 만들면 결과가 좋을 수 없다. 가장 좋은건 사람들이 스스로 좋아서, 열정을 바쳐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리더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좋은 생각과 결정을 했더라도 그건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 일이 실제로 수행돼 결과를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p. 470)

필자는 리더로서 학교 연구실과 스터디를 운영한 경험이 몇 차례 있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많은 경우 어쩌면 리더가 크게 기틀과 시스템을 잘 잡아놓고, 조직원들을 왜 우리가 지금 이 조직과 시스템이 필요한지 설득하여 운영했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이 조직이 잘 되길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라면 조직과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해주겠지만, 조직이라는 것은 개인이 이루는 것 이상을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보니 스스로 조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좋아서 열정을 바쳐 일하게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하며 스케일있게 확장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우리는 항상 어떤 사람을 볼 때 혹은 그 사람의 결과물을 바라볼 때, 좋은 면을 볼 수 있고 나쁜 면도 볼 수 있다. 이 양면을 다 보고나서 우리는 리더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잘한 것을 칭찬하고 나쁜 부분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칭찬을 많이 하는 리더인가, 지적을 많이 하는 리더인가? 많은 경영 서적에서 단점을 지적하는 것만으론 나아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단점을 지적해 고치는 것보다는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편이 낫다. 장점이 단점이라는 마이너스를 상쇄할 정도로 큰 장점이 되도록 만드는 게 낫다.

나의 철학은, 보통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것이 문제지만, 단점은 요구하는 기준과 선은 넘기는 수준이 되도록, 그 외에는 장점을 살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좋은 리더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모아 최상의 결과를 끌어낸다. 나 같은 경우 대체로 지시하는 대신 부탁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기도 한다. 디렉터나 리더들은 하이 레벨의 가치와 핵심을 잡아주는 역할이다. 구체적인 결과물은 실제 구현자의 손에서 나온다. 디테일은 그들 손에 있다. 작고 유용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 또한 그들 머리에 있다. 제품의 성패는 결국 개별 작업자들이 얼마나 창조적으로 자기 일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개별 작업자들이 스스로 생각과 의지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심지어 비전이 하이 레벨 방향이고 추상적인 문구로 이뤄져 있다면, 구현자는 구체적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두는 것이 낫다. 같은 맥락에서 비전과 핵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나중에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정도의 어긋남에 대해선 그냥 일을 하도록 두는 편이 길게 보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하이 레벨의 비전과 핵심에 맞는 일이라 믿고, 위에서 언급한 스스로 좋아서 열정을 바쳐 일하게 된 것이, 무시 받고 왜 하냐는 식의 말을 들은 경험이 있는데, 정말 개인적인 조직의 loyalty를 크게 떨어뜨리는 경험이었다.

말과 글은 화자의 의도보다 청자가 받아들이는 데에서 크게 좌우되므로, 권한이 있는 사람일수록 ‘내용’ 자체보다 어떻게 전달되고 받아 들여질 것인지를 더 오래 고민해야 한다. 말은 내용으로 그 의미가 결정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의해 그 의미가 결정된다. 권위를 가진 리더들은 말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들이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의미가 잘 전달되는 방법을 찾는데 써야한다. 듣는 사람이 제각각이라 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선 각자에 맞는 맞춤형 방법도 필요하다.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스스로 선언하거나, 타이틀을 가졌다고 저절로 리더가 되는 게 아니다. 추종자들이 리더를 결정한다. 추종자가 있어야 리더가 있고, 추종자들 능력의 총합이 결국 리더의 능력이다. 리더가 신뢰를 쌓아 추종자를 규합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자기객관화 혹은 자아성찰이다.

지난 창업의 경험에서 유난히 더욱 커뮤니케이션이 힘든 동료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깨달았고, 만약 조직의 리더라면, 글과 말,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습이 필연적으로 신경 써야할 일인 것 같다. 추종자들을 가지는 리더는 결국 종합적인 매력이 필요한 것 같다.

아시아에서는 전형적인 리더의 3가지 유형이 있다. 용장, 지장, 덕장이다. 용장은 스스로가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가진 장수다. 게임 개발로 치자면 스스로가 최고 수준의 구현자이면서 디렉터인 경우다. 디렉팅을 하면서 동시에 여전히 중요하고 어려운 프로그램을 한다든지, 게임의 핵심 아트를 직접 그려내는 AD 같은 경우다. 용장은 직접 자기 손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리더십을 얻기 유리하다. 지장은 굉장히 똑똑한한 장군이다. 모든 사람이 하는 일과 말, 내용을 다 이해하고 함께 토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똑똑하기 때문에 따르는 사람들이 생긴다. 전략적 판단과 그로 인한 성공적인 결과를 보고 사람들이 신뢰한다. 덕장은 인품이 좋은 사람이다. 사람이 좋고 덕이 높아 주위에 사람들이 모인다. 덕장은 실무 능력이 부족하지만, 실력 있는 사람을 거느린다. 적절한 사람을 선택해 업무를 전적으로 위임하며 결과를 낸다. 중요한 건 어떤 유형의 리더라도 결과를 내지 못하면 신뢰를 쌓을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리더는 결과를 내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사용한다. 억지로 방법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장점을 찾아내는 게 좋은 리더가 되는 유일한 길이다. (p.476)

2. 이상적 조직은 없기에

이상적 조직은 없기에, 조직과 내가 다르게 생각하는 경우는 흔하게 발생한다. 조직도 나도 변하고 성장하기에, 지금 나에게 적합한 조직이 미래에는 아닐 수도 있다. 조직에 애정이 있다면 다름을 해소하도록 노력하되, 다음을 인식했으면 한다.

하나. 의견충돌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논쟁의 기준이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점을, 공공의 선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에서의 논쟁 기준은 ‘조직 전체 그림에서, 장기 적 관점에서 최선인가?’여야 한다.

둘.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다양한 주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특히 조직이 클수록 변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 인식해야 한다. 국지적 이기심이나 단기적 대응만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셋. 조직의 문제와 사람의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의외로 조직이 아니라, 특정 사람이 문제인 경우도 많다. 심지어 제도나 절차로 풀기 힘든 문제도 많다.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공의 선인 비전과 미션을 공유하고, 시스템 및 의사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소통하며, 시스템과 사람의 문제를 분리하자. 조직의 모든 문제, 모든 사람의 문제를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겠다.

3. 의무와 책임의 자리 그리고 평가와 보상

우리에게 직위란 권한보다는 의무와 책임의 자리입니다. 효율을 위해 여러 결정 권한이 주어지겠지만, 직위를 막론하고 치열한 토론은 여전히 장려될 것이며, 결론이 나지 않으면 제가 결정할 겁니다. 직위는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잠시 위임되었을 뿐입니다. 권한을 일이 잘 되는데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제한하거나 세력 싸움을 하는데 사용한다면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여기서 분명히 약속할 수 있는 것은 공정한 평가와 보상, 그리고 우리의 비전을 분명히 이뤄낼 것이라는 점!

4. 세계 최고임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

최고를 위한 전략은 심플합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혁신하고 최고의 퀄리티를 유지하면 됩니다. 최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복잡하고 얕은 수를 사용하는 겁니다. 최고가 될 수 있다면 다른 복잡한 것을 생각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플하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듭시다. 우리는 이제 막 출발한 마라톤 경기에서 초반 선두에 섰습니다. 중간에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얕은 수를 고민하기보다 본질에 집중할 것입니다. 수많은 카피캣이 나올 겁니다. 우리가 쉽게 한 일은 남도 쉽게 할 것이고, 우리가 어렵게 해낸 일은 남이 따라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렵게 해낸 일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이미 중국 게임업체 스네일게임즈는 배틀로열 게임을 만들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과거 사례를 들어 중국에서 무료 카피캣을 걱정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하 지만 카피캣을 걱정해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의 카피캣이 되진 않겠습니다. 그 대신 아무도 따라오지 못 할 정도로 앞서 있는 것에 집중합시다. 우리는 여전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어디인지, 그 끝이 어디인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결승선은 없다 There Is No Finish line-나이키 Nike”

최초로 무엇인가의 최고가 되었다면, 장벽이 꽤나 높다면, 잘하는 것, 즉 장점을 개발하고 나아갈 수 있다.

5. 커스텀 게임

개발하고 테스트하고 유저에게 선보이기 전까지는 실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대중은 우리보다 수가 많고 더 큰 창의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새로운 도전과 개발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고객이 만드는 커스텀 게임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본적인 기능을 제시하면 고객은 더 나은 것을 역으로 보여줍니다. 이것이 우리가 진화하는 방식입니다.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서의 진화에 대한 방향성

6. 크래프톤을 읽고

후반부의 김창한의 스토리와 메시지가 굉장히 인상 깊었던 반면, 전반부 장병규 의장의 스토리는 답답한 면이 많았다. 내가 경험 많은 경영진의 업의 본질과 대의를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 내용조차도 최대한 객관화하여 크래프톤의 스토리를 옮겨 담으려고 한 책 전반의 내용이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하나의 회사의 성공을 간접적으로 옆에서 지켜본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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