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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5)

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5)

크래프톤의 10년간의 여정이 담겨 있는 크래프톤 웨이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내용을 정리하는 다섯 번째 포스팅이다.

1. T2가 남긴 상흔

2016년 4월에 김강석은 결국 T2 제작 중단을 결정했다. 이즈음 그는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을 자주 떠올렸다.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모바일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제작한 이 회사는 한 해에만 2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추운 나라에 사는 이 게임 제작의 정예들은 프로젝트가 엎어질 때마다 한데 모여 성대한 축하 연회를 연다. 한 번의 성공 뒤에 열 번의 실패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이나 출시 단계에서 중단한 게임만 10여 종이지만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파티를 개최했다. 화기애애한 포스트모르템을 진행하면서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가감 없이 분석하며 토론한 뒤, 실패로부터 배운 것을 회사의 자산 (중략) (p. 377)

실패를 하기 위해 일을 도모하는 사람을 없겠지만,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반복된 실패를 겪지 않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슈퍼셀이 연회를 통해 교훈을 얻음과 동시에 실패에 위축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은 본받아야 할 조직 문화이다.

2. 리더십과 팔로워십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면 항상 피플팀에 의견을 제시하던 직원이었다. 그런데 연초부터 퇴직 이야기를 꺼내다. “더는 미룰 수 없다”며 회사를 서둘러 떠났다. 그는 블루홀 모바일 사업의 미래를 안타깝게 여겼다. “경영진이 모바일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PD들은 모바일 게임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에 따르면 블루홀 PD 대부분은 게임을 만들기만 하면 성공하던 과거 시대의 화석이었다. 격화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과연 제대로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는 의견이었다.

직원 평가 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평가를 두 차례 경험하면서 퇴사 결심을 굳혔다. 그는 “블루홀의 평가 방식과 보상은 현업의 상황과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하향평준화를 유도하는 한심한 제도”라며 “아버지가 속한 공무원 조직보다 못하다”고했다.

그는 첫해보다 둘째 해에 두드러지게 업무 능력이 향상됐고 팀에 기여했다고 자부했다. 더 나은 성과를 냈음에도 팀 평가 결과가 좋지 않아 연봉 인상 폭이 오히려 줄었다. 스스로 훨씬 더 잘했다고 생각하는 시기보다 그렇지 않았을 때 평가가 좋게 나왔다는 사실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이어 “제발 부탁인데 퇴사하기 전이라도 시간을 꼭 낼 것이 니 제도를 만들 때 현업 의견을 제대로 들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평가로 마음이 상해 회사를 나가는 유능한 직원이 많다는 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장병규는 평가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는 게임 제작자들과 평가 방식을 논의할 때마다 늘 당황스러웠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조직 구성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그의 기본 생각이었다. “나는 열심히 했다“”나는 만들어달라는 결과물을 잘 만들어줬다”란 말은 장병규 귀에 “고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나는 상관이 없다”로 들렸다.

평가는 늘 매출이나 트래픽과 같은 고객 지표와 연동되어야 한다. 지시에 잘 따르는 구성원을 높게 평가하는 조직 수장을 최악이라 생각하면서도, 제작 리더십마다 지닌 철학에 따라 평가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인정했다. 무엇보다 평가 원칙은 고정되어선 안 되고, 시대와 사람에 맞게 계속 달라져야 했다. (p.400)

피플팀에 의견을 제시하던 직원과 장병규의 의견은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대해 각자 느끼는 입장 차이이지 않을까. 직원은 업무 능력이 향상됐고 팀에 기여했다고 느낀 점은, 개인의 성장과 관련된 것일테고, 장병규의 고객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회사로서 경영진으로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지표가 달성됨을 본 것이다.

회사와 조직 구성원은 각자가 이루고자 하는 이해관계가 절충되며 각자 이기적인 이타성을 나타내야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3. 경영진의 한계과 위임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경영진이나 상급자가 실무진보다 역량과 경험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과장하자면 직원들은 상급자를 전지전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 영역에서 분명히 뛰어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상급자는 언제든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고, 특히 세부적인 실무사항에 들어가면 거의 틀린다고 봐야합니다.

그렇기에 경영진이나 상급자의 의사결정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조직이 멍청해지고, 결국 직원들은 그들을 뒤에서 탓하게 됩니다. 부하 직원은 상급자가 왜 그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틀렸다고 생각하면 언제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말과 글을 옮기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통렬히 인식해야 합니다. 경영진과 본부장의 생각이 동일한 것으로 보이더라도, 메시지가 팀원 수준까지 전달되면 분명히 다르게 이해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의도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챙겨야합니다.

누군가에게 역할과 책임의 일부를 위임할 때에는 ‘그가 조직을 위하는가’ ‘주어질 역할과 책임에 비추어볼 때 역량과 경험이 적절하고 학습하여 성장하는가’ 팀으로 협업을 잘하는가’라는 관점에서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고민의 답이 긍정적이라면 맡기고, 맡긴 이후에는 한 동안 무조건 밀어줘야 합니다. 위임받은 사람의 세부적인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다들 각자의 장점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이죠. 그것이 대세에 영향이 없다면 함부로 관여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p.417)

실무진과 경영진의 역할이 다르고 책임이 다르다. 더 뛰어난 것이 아니기에, 경영진의 말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경영진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고민하여 조직을 구성하고, 구성원에게 역할 및 책임의 위임을 했으면 마이크로 컨트롤보다 장단점을 구분하고 믿어줘야 한다.

4. 팀장으로서의 김창한의 업무

김창한은 출근하자마자 무조건 팀 전원 회의를 소집했다. 매일 약 한 시간 정도 전체 회의를 하다 보니 팀원들은 “이 시간에 차라리 게임 코딩을 하고 싶다”며 반발했지만, 김창한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팀원 30명에게 그날 할 일을 돌아가며 이야기하라고 했다. 김창한은 이를 통해 어떤 직원이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했다. 이후 하루 종일 결정하는 일을 반복했다. 팀별로 업무 영역이 나뉘어 있으면서도 실상은 모두 엮여 있으니 그때 그때 PD가 결정을 내려야 했다. 회의가 끝나면 언제나 불만이 생겨났고, 김창한은 책임자를 따로 불러 설득했다. 목표를 달성하게 하려면 일을 더 시켜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지, 혹은 목표를 바꿔야 하는 것인지 등을 이야기했다.

주말에도 직원들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고민했다. 매주 월요일 아침 회의마다 김창한은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짜리 발표를 했다. (p.461)

관리자의 직무를 가지는 팀장은, 누가 무슨 일을 판단하고 적절한 곳에 배치시키고, 목표를 달성하기에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여, 지속적으로 비전, 문제의식과 나아가야 할 하나의 방향을 인지시키는 것인 것 같다. 비록 불필요하게 느껴질 때가 많고 본인의 일을 해결하고 싶겠지만, 결국 회사의 성장과 직원의 성장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많은 직원들은 왜 해당 회의가 필요한 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고 이를 설득하는 것 또한 팀장의 역할인 것 같다.

그러나 30명의 팀원을 이끄는 것은 한 사람이 하기에 과도한 숫자인 것 같다. 관리자 밑의 서브 관리자들을 두어 한 사람당 7~8명을 관리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5. Creative Director의 역할

Creative Director (CD)는 제품의 비전을 제시하고 만드는 사람이다. 비전은 곧 제품의 가치를 정의하는 것이다. CD는 이 비전을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하고 설득하며 현실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비전이 실제 제품이라는 결과물로 만들어지기 전에는, 단지 추상적인 말과 글, 이미지 등으로 모든 게 표현된다.

Northstar: 따라서 비전을 들은 사람들(팀원)은 모두 다른 그림을 머릿 속에 그리고 있게 된다. 이것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일치하게 만들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비전을 현실화하는 것이 CD의 역할이다. 이런 과정에서 비전의 문구는 점차 구체화되고 수정 보완되며 진화한다.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비전을 구현하는 사람을 설득해야 하고, 설득의 방법은 CD 스스로 찾아야한다. 비전이 현실화되어 실제 제품으로 탄생하기 위해선 실제로 비전을 구현하는 사람들이 그 비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 비전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을 설득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이를 하는 게 CD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그 방법으로 모든 CD는 저마다의 방법을 고안해낸다. 일반적으로는 작은 성공을 쌓아서 신뢰를 얻는 과정을 거친다.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점차 신뢰를 쌓아갈 수도 있고, 과거의 성공에 기대 더 큰 비전을 설득하는 과정을 추구할 수도 있다.

비전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비전은 스스로 수정해야 한다. 비전은 아직 결과물이 없는 상태에서 미래를 놓고 그린 추상적 가치다. 그 때문에 틀릴 수 있다. 모든 팀원이 비전이 실제로 이뤄질수 있는지 개발 과정에서 작은 검증 과정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직접 개발을 경험하고 세부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때 수정한 비전에 대해서 CD는 솔직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설명 없이 비전을 바꾸면 일관성 없는 사람이 된다. 일관성 없는 CD는 신뢰를 쌓을 수 없다.

비전과 다른 아이디어: 아이디어는 구체적인 것이고, 비전은 전체적인 제품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다. CD는 스스로, 혹은 많은 사람들이 제시하는 아이디어 가운데 실제로 비전에 맞고, 현실적으로 구현이 가능하며, 중요도가 높은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PD를 포함한 많은 팀원이 CD에게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이유다. 반대로 CD가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경우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사람들은 CD가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CD가 제안하는 아이디어는 그 비전에 매우 적합할 것이라고 여긴다. 그렇지 못한 아이디어를 CD가 직접 제안하는 일이 많아지면 CD의 비전 자체를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다. 설사 어떤 비전이 하나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할지라도, 아이디어와 비전의 차이를 알지 못하면 좋은 CD가 될 수 없다. 그는 단지 우연히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실행한 사람이 될 뿐이다.

수 많은 아이디어 -> 비전 현실화; 디자인과 구현: 아이디어 -> 최종 결과물. 많은 경우 아이디어에 대한 가치판단은 실제 구현이 되고 난 이후에 유저들의 반응을 받아야 확실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정은 다시 작은 단계로 쪼개져서 반복 과정을 거친다. (p.465)

많은 회사에서 (특히 대기업에서) 직원들은 경영진의 자주 바뀌는 비전으로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 같다. 왜 바뀌는 지에 대한 설명과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회사들이 얼마나 있을까?

비전을 강조하며 아이디어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도 리더가 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 같다.

6.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가

CD로 일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내야 한다. 일단 CD로 일을 잘하기 전에 전제 조건이 있다.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CD로 일을 잘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전 단계이자 전제조건이다. 비전을 만들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 다음단계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비전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이를 설득하고, 이 비전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비전에 맞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 게임 개발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사람들은 구현 업무를 시작으로 설계를 하고, 어떤 분야의 책임자가 되는 수순을 밟는다.

이런 경우 본인이 특정한 구현·설계업무를 잘해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비전을 설득하고 팀의 신뢰를 얻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 특히 '장인'들은 자신보다 제품 구현에 능숙하지 못한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김창한은 프로그래머 출신이기에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이런 경우 대체로 아티스트 직군은 내 의견을 신뢰하지 않는다. CD는 이런 환경에서 2가지를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먼저 자신의 비전이 정말 제대로 된 비전인지 의심을 지속해야한다. 그리고 자신의 비전을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고 신뢰를 쌓아갈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이를 해내기 위한 방법은 스스로 찾는 수밖에 없다.

비판은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우 쉬운 일이다. 쉬운 일을 하는 사람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CD는 비판자보다는 창조에 기여하는 사람이어야한다. 평가나 비판은 CD가 아니라도 수많은 사람이 대신해줄 수 있다. CD는 그 비판을 함께 들어주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p.469)

필자 또한 나보다 실력이 좋거나 혹은 존경할만큼의 다른 분야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을 리더로서 잘 인정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혹은 그 실력을 아직 못 찾았다고 스스로 간주하며 그 사람을 파악하는 중에는 따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망을 하는 경우, 솔선수범하는 리더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혹여나 실망스러운 리더가 있더라도, 조직을 위해서, 조직의 성공을 위해, 어쩌면 정치로 보여질 수도 있는 행위를 감추고 때로는 스스로를 속일 때도 필요한 것 같다. 반면 나는 그러한 리더가 될 수 있는지, 나는 리더가 된다면, 그 위치의 리더였다면, 어떻게 조직의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끊임 없이 고민을 해보게 된다. 적어도 나한테는, 본인이 모른다는 것을 인지 및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배우려는 겸손한 태도와 진심을 가지고 있으며 기본적인 윤리를 지키는 도덕성을 가진 리더가 실력에서 부족하더라도 따를만한 리더라고 느껴지며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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