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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3)

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3)

크래프톤의 10년간의 여정이 담겨 있는 크래프톤 웨이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내용을 정리하는 세 번째 포스팅이다.

1. 시장과 고객에 대하여

사업마다 반드시 빠지지 않는 핵심 요소는 딱 하나, 고객이다. 사업마다 특징도 다르고 사업 모델이 바뀔 수도 있지만 모든 사업의 단 하나의 공통점은 고객이다. 고객이 있어야 사업은 존재할 수 있다. 집착에 가깝도록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

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던 내가 테라를 맡은 후 가장 놀랐던 점은, 테라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었다. (중략) 더욱 생소했던 점은 고객 이야기보다 본인 취향 이야기가 더 많다는 점이었다. 고객에 대한 이해와 해석도 제각각이었다. 고객이 존재해야 회사가 존재한다는 원론에는 다들 쉽게 공감했지만, 고객에 대한 생각이 없거나 다르니 항상 다투는 것이었다.

사업은, 시장은 원론적으로 고객 한 사람에서 출발한다. 대중의 만족을 광범위하게 얻은 거대한 회사도 결국 소수의 고객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은 단골을 쌓아간다. 대부분의 상거래는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으로부터 시작된다. 회사를 상대하는 회사인 B2B 회사는, 회사 한 곳과의 거래로부터 시작된다. 스타트업 대다수가 자사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고객의 취향을 설명하기 힘든 경우도 많고, 남들이 재미있다고 좋아하면 따라서 즐기는 사람도 많다. 어떤 고객은 늘 하던 게임만 계속하고 또 다른 고객은 새로운 게임에만 호감을 보이며 발매일이 꽤 지난 게임을 시작하기 꺼릴 수도 있다. 나라별로도 다르다. 문화의 차이가 있고, 재미와 새로움을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고객 한 사람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쟁 전략의 중심에도 고객이 있다는 점을, 고객의 요구가 파편적일수록 더욱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나라에 진출한다는 것은 해당 나라의 고객을 이해하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요구한다.

한편, 어떤 회사를 꾸리던 간에 회사의 내부 구성원 또한 고객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병규의 메시지 #5)

아무리 고객을 파악하기 힘든 시장이라고 하더라도, 고객 한 사람의 문제에서 출발해야하며, 고객을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공통적 범위로 아주 세세하게 분류한 것이 고객 세그멘테이션이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문제를 풀자.

2. 후지 필름의 고모리 시게타카

진짜 승부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이건 풀릴 것 같지 않다’ ‘이건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때에 역으로 무엇인가 극복해내려고 생각하는 것, 저는 그것이 인생에 있어서 노력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 것으로는 노력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고모리 회장은 기업이 위기에 몰렸을 때 경영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4가지 꼽았다. 첫째, 읽어야 합니다. 리더는 한정된 시간과 정보만으로 기업이 처한 상황을 파악해내야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읽어야 합니다. 둘째, 구상해야 합니다. 읽었으면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할 것인지 작전을 짜야 합니다. 셋째, 전해야 합니다. 위기를 헤쳐나가는 기점은 경영자의 강한 의지지만, 혼자서는 안 됩니다. 의지를 조직 구석구석에 전파시켜 위기감을 공유하고, 사원 각자가 자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는 실행하는 것이지요. 경영자는 평론가나 학자가 아닙니다. ‘현상이 이렇다. 장래는 이렇게 된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를 입으로 만 떠들면 안 됩니다. 결단했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p.255)

경영자가 하는 노력의 의미는, 처한 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읽고 무엇을 할지 방향성과 작전을 짜야하고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전파하고 실행해야 한다.

3. 도전에 대하여

도전은 비전을 가진 리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이 도전을 하는 이유는 제각각일 수 있다. 돈과 명예 때문일 수도, 두근대는 심장 때문일 수도, 존재 가치의 증명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어쩔 수 없이 도전에 내몰릴 수도 있다. 도전은 보통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지만, 도전의 이유와 진정성에 따라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

도전에는 절대적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강인한 의지는 당연하다. 누구나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을 수도, 심지어 시작할 수도 있다. 작심삼일, 작심삼개월 정도야 누구나 가능하다. 하지만 작심삼년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블루홀에서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여러 도전, 그리고 연이은 실패, 그에 따른 번아웃. (중략) 고민 끝에 딱 하나만 약속받았다. 3년, 멈출 수 없는 3년. 방향은 명료하나 높은 실행 난도가 뻔히 느껴지는 도전, 전체 구성원에게는 낙관적인 미래를 설파하면서도 곤궁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과정, 김강석도 3년 약속을 후회한 적이 많았을 듯하다.

도전을 끝까지 하려면, 끝까지 해서 성공하려면, 끝까지 하기 위한 지혜로운 실행을 해야 한다. 기존 서비스를 새로운 사업 모델로 변경할 수도 있고, 인수합병을 통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도 있고, 새로운 플랫폼에 발을 들일 수도 있고, 새로운 리더에게 일을 맡길 수도 있다.

실행 방법은 다양하지만, 원론적으로 조직에서의 도전은 2가지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한다. 하나는 도전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자금을 누구의 책임하에 어느 시점에 집행할 것이냐다. 자원은 늘 제한적이고 사람에 대한 판단은 단순하지 않기에 경영진의 깊은 고민과 결단이 요청된다.

수많은 도전은 대부분 실패한다. 성공하면 좋겠지만 어떻게 실패하느냐도 중요하다. 사업적 성공에 실패하더라도 구성원의 성장은 이뤄야 한다. 사업은 실패해도 조직이 혹은 개인이 실패하게 두어선 안 된다. 조직은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 실패를 해보면, 그 사람을 명료하게 느끼게 된다. 도전의 결과가 나올 즈음 도전의 책임자에 관해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또 실패를 함께할 수 있을지 알게 된다. 실패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재도전 여부가 갈린다. 도전을 시작한 누구라도, 여전히 가치 있는 도전인지,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지 등을 주기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지만 실은 실패가 더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성취보다 그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삶은 성취의 결과물보다 도전의 과정으로 정의된다. (장병규의 메시지 #6)

도전의 이유와 진정성에 따라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한다. 나의 도전의 대상이 되는 문제고 얼만큼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돌이켜보자. 대표는 전체 구성원에게는 낙관적인 미래를 설파하면서도 곤궁한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도전하는 문제와 비전을 지키며 끝까지 하기 위해 기꺼이 지혜로운 실행을 해야한다. 사업은 실패하더라도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은 이뤄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 실패를 해보는 경험은 연애에 있어 상대방과 싸움을 겪어보는 것으로 비유해볼 수 있다. 밑바닥에서 도전의 책임자를 이해하게 되고 또 다시 실패를 함께할 수 있을지 알게 된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성숙해져야한다.

4. 게임의 성공 예측

각대로 잘 만들 수 있을지는 거의 초반부터 예측이 가능해요. 즉, 게임의 품질 자체는 예측이 가능하고 컨트롤이 됩니다. 품질이 높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건 시대에 따라 높고 낮음이 있다고 봐요. 새로운 플랫폼이 열리면 품질보다는 선점이 중요하고, 플랫폼이 안정화되고 포화되면 품질의 가치가 더 높아집니다. 선점을 위해 달릴 것인지 포화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노릴 것인지는 경영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성공 예측은 경영적 판단에 종속되는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봐요.

게임 성공에 단계적으로 접근 가능할까요? 예를 들어 ‘얼마의 자금으로 어느 정도까지 만든 이후에 결과물을 보고 한번 판단할 수 있고, 그런 이후에 추가 자금으로 어느 정도까지 만들면 일정 수준의 성공은 만들 수 있다’ 혹은 IP를 일단 확보하면 이만큼은 성공할 수 있다’ 같은 단계적 예측이 가능한가요?

성공한다는 판단보다 다음 단계로 보내도 된다는 판단 정도는 확실히 가능합니다.

1단계 프로토타입에선, ‘디렉터와 팀이 게임에 얼마나 확신하는가?’가 관건입니다. 솔직히 자신 없다면 접어야 마땅합니다. 2단계는 목표 일정의 50퍼센트가 지난 시점이에요. 게임이 돌아가고 있는지, 실제 게임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죠. 여기까지 팀이 게임을 만들지 못하고 있으면 일정이 한참 지연될 겁니다. 3단계는 외부 공개 직전이에요. 사업부나 외부 퍼블리셔들이 매력을 느끼는 프로젝트인지가 중요합니다. 돈 맛을 아는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면 큰일입니다. 이 모든 단계를 통과했다면 회사가 이 게임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고 내보냈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도밖에 없을 겁니다.

게임의 성공을 과연 예측할 수 있을까. 장병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스타 제작자를 만날 때마다 그는 같은 질문을 하고 답을 구했다. 게임 제작자들은 제작 초기부터 게임 성공의 예측 가능성을 본인이 알 수 있다고 말하는 편인데, 솔직히 게임 제작자들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게임 제작자들과 그들을 돕는 경영진이 뭔가 다투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 부분이 정말 풀기 쉽지 않은 이슈인 것 같기도 합니다. (p.299)

장병규는 경영진으로서 지속적으로 선점을 해야하는 지 혹은 경쟁 우위를 노릴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게임의 성공을 예측하고자 했다. 성공한다는 판단보다는 다음 단계로 진행해도 될 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어떤 확신을 기반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인 판단이 흥미롭다. 또한 게임 제작자들이 말하는 성공의 예측 가능성은 스스로를 첫 고객으로서 해석하는 1단계의 관점의 확신이라는 생각이 해볼 수 있다.

5. 블루홀의 전사 발표

‘소통의 장’은 ‘BLT Bluehole Live Talk’란 이름으로 정례 행사가 됐다. 매월 세 번째 목요일마다 경영진과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이기로 한 것이다. 장병규가 참석을 희망하는 구성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회사 사정을 물어보거나 토론할 수 있는 자리, 아울러 여러 제작 라인이 지금 어떤 게임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하면서 BLT가 조성됐다. 있는 그대로 사실과 현실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김강석은 “경영진과 구성원이 같은 정보를 갖고, 같은 눈높이에서 고민할 때 블루홀이 더 좋은 회사가 될 것이란 기대와 믿음이 있다”며 행사를 승인했다. 그는 “블루홀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에 대해 모든 구성원이 끈기 있게 대화하고, (중략)

경영진과 구성원이 같은 정보를 갖고 같은 눈높이에서 고민한다면, 더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건강한 경영진이라면, 회사의 비전을 따르는지 올바른 방향성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 스스로 모순을 일으키는지도 견제받을 수 있고 적극적인 구성원이라면, 큰 방향에 맞추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로 극대화하여 조직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6. 마케팅은 곱하기

“마케팅은 제품에 곱하기를 해주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제품이 음수라면(안좋다면) 더 빨리 망하게 만들고, 제품이 양수라면(좋다면) 더 빠른 성공을 부릅니다.” 이런 단순한 마케팅 정의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겠지만, 어찌되었든 제품이 좋지 않다면 마케팅은 무용하다는게 그의 생각이었다.

미니클립의 기존 고객이 상당히 많았고 볼링킹을 좋아할 확률이 높아서 프로모션이 잘 작동했다는 점, 미니클립이 쌓아온 브랜드 파워가 있었기 때문에 구글과 애플이 안심하고 강하게 게임을 밀어줄 수 있었다는 점, 여러 홍보도 많이 했다는 점, 모든 마케팅 행위를 게임 출시에 맞춰 일점사했다는 점 등은 마케팅의 정석을 아주 잘 실행한 겁니다. 양수에 곱하기를 아주 멋지게 한 것이죠.

게임업에서의 마케팅을 정의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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