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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1)

크래프톤 웨이를 읽고 (1)

크래프톤의 10년간의 여정이 담겨 있는 크래프톤 웨이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내용을 정리하는 첫 번째 포스팅이다.

1. 김강석이 본 박용현팀: 프로

박용현팀은 프로였다.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창업을 해도 되겠다 싶었다. 박용현팀은 김강석이 그동안 마주쳤던 그렇고 그런 게 임 개발자들과 차원이 달랐다. 김강석이 어떤 사람을 철부지라 부를 때는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꿈은 큰데 자기 위치를 모르거나, 시장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품고 있거나,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박용현이 이끄는 팀은 그 어느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이들은 엔씨소프트에서 게임을 성공시켜본 프로 중의 프로로 보였다. 무엇보다 대화가 가능했다. 이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뚜렷한 근거를 들어 설득력 있게 말했다. “우리만 믿어달라”는 공수표를 날리지 않았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 하는 오 만도 없었다. 김강석이 말을 이었다. “저런 사람들이라면 누군가 오류를 비판했을 때 수정하고 교정할수있겠어요. 프로들입니다.”

그가 어떤 사람을 프로라 부를 때에도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장르 전문성과 소통 능력, 그리고 열린 자세를 갖춘 사람을 프로로 인정했다. 김강석의 머릿속엔 잘 만든 게임이 곧 성공 하는 게임’이란 등식이 없었다. 게임을 배급하는 퍼블리셔 회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과의 협업, 그리고 대화가 가장 중요했다. 게임 제작을 이끄는 리더 그룹은 누구에게든 언제나 열려 있 어야 했다. 게임 제작사에서 제 잘난 맛에 사는 나르시시스트는 천지에 널렸다. 이들은 대개 자신이 제작하는 게임에 몰입 할 수 있는 전문가이긴 했지만, 동시에 자기 주관이 석고처럼 굳어진 지독한 확신범이었다. 일반적으로 내향적인 이들은 공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나머지 다른 사람의 틈입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 고집 불통의 애송이이기도 했다.

김강석에게 게임 제작을 이끄는 리더들은 게임에 파묻혀 사는 마니아이면서 동시에 열린 사람이어야 했다. 이런 상반된 자질을 구현할 수 있어야 적어도 게임의 성공을 노려볼 수 있 는 것이다. 박용현팀은 이런 모순적인 속성이 잘 반죽돼 있는 사람들로 보였다. 한국 최고의 게임회사에서 게임 개발 실무를 이끌던 이들은, 여느 게임 개발자와 격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담금질을 끝낸 전문가들과 한 팀이 되어 회사를 시작해볼 수 있다는 기대가 차올랐다.(p.30)

크래프톤을 설립할 당시 공동창업자를 보는 기준에 있어 김강준은 박용현팀을 프로로 봤다. 철부지는 자기 위치를 모르고 꿈은 크거나, 시장에 대한 허황된 믿음을 가지고 있거나,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다. 박용현팀은 직무 능력과 전무성 뿐만 아니라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2. 임직원들의 상사: 비전, 그리고 비전보다 중요한 것

회사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은 비전에 복무해야 한다. 창업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 회사 구성원 모두가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논쟁의 마지막 귀결점은, 결국 비전이 되어야 한다고 장병규는 믿었다. 창업자에게 충성하는 사람을 바라지 않을 겁니다. 비전에 헌신하는 사람이 필요할 뿐입니다. 비전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못 되면 저도 회사를 떠날 겁니다. 낯선 사람들이 하루 종일 부대끼면서 굳이 회사에 모여 일하는 이유는 비전에 헌신하기 위함입니다. 명가란 이름은 결국 남들이 불러줘야 되는 겁니다. 고객과 파트너 같은 타인이 인정해줘야 비로소 명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게임이 성공해야 합니다. 게임이 실패하면 명가가 될 수 없습니다. (p.35)

조직은 한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이루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이 함께하는 곳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이해관계는 다르기에, 조직을 하나 된 방향으로 인도하는 비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직의 비전, 미션, 핵심 가치 등은 ‘왜 함께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되며, 이런 요소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 창업했던 네오위즈의 경우, 개발자로 참여한 공동 창업자 들의비전은 ‘딱 3년 정말 열심히 해서 10억원을 벌자’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주력 사업을 변경하는 것에 어떤 걸림돌도 없었다. 그 사업이 사회규범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돈을 벌 수 있느냐만이 중요했었다. 크래프톤 최초의 비전은 ‘MMORPG의 명가’였고, 서로 다른 사람 들이 한꺼번에 모였음에도 사전에 비전을 명료하게 정한 것이 조 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창업 초기에는 공동 창업자들만 해당 비전을 믿듯이, 기존 조직에 필요한 새로운 비전은 소수에게만 먼저 보인다. 변화가 필요 한 시기라 하더라도 그 비전이 다수의 구성원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즉, 비전이 잘 뿌리내린 조직일수록 다수의 구성원이 해당 비전을 ‘공공의 선’이라 강하게 믿고 있을 것이기에, 비전을 변경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 된다. 저물어가는 비전을 공고하게 믿고 있던 기존 회사를 버리고, 새로운 비전으로 회사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비전, 미션, 핵심 가치 등이 명확하고, 이익을 잘 내며 지금 잘나가는 회사일수록 그 변화가 더욱 어렵다. 그렇다. 비전을 창조하는 것보다 비전을 변경하는 것이 더 어려운일이다. 창업가가 비전을 몇 년 만에 바꾸는 경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경영자는 비전을 재고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확고한 비전의 소중함을 이해하면서도, 비전 따위는 변경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단 하나만 꼽으라면, 고객 우선 가치다. 세상에 수많은 조직이 있지만 고객이 없는 조직은 존재 가치가 없다. 그렇기에 경영자는 비전, 미션, 핵심 가치 등보다 시장과 고객을 우선시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직은 고객과 시장에 맞춰 변화를 멈추지 말아야 하며, 조직의 큰 변화는 비전의 변경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장병규의 메시지 #1)

이윤이 더 남지만 비전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할 것인가. 그의 대답은 ‘아니다’였다. 그렇다면 회사는 성장해야 하는가? 장 병규의 대답은 명백하게 그렇다’였다. 구성원들이 성장한 만큼 회사가 성장해야 기회가 생긴다. 성장이 멈춘 회사에서 구성원들이 떠나는 모습을 장병규는 수도 없이 봤다. (p.65)

회사 구성원들, 그리고 공동창업자들 또한 비전이라는 북극성을 향해 나아가야 하며, 그것이 의사결정 및 행동의 일관성 있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모두가 같은 생각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창업자들은 비전을 전파하고 각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그 의미를 잘 알려야 한다. 그 비전을 정해놓고 말을 하면서, 창업자들의 행동이 직원들에게 비전을 이루는 것에 의미가 와닿지 않으면 일관성이 떨어지고 신뢰를 잃게 된다. 비전을 변경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확고한 비전의 소중함을 이해하면서도, 더 고객을 우선시해야 한다.

3. 장병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과 존중받는 인재

그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일 잘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었다. 나아가서 자신의 이익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블루홀에 필요한 인재는 자신의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 있어야 했다. 경험한 만큼만 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갖춘 지식 근로자를 최대한 블루홀에 품고 싶었다.

그의 눈에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직군에 속하는 직원들은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임 비즈니스엔 실패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재미가 측정하기도, 관리하기도, 예측하기도 어렵기에 그렇다. 어떤 게임이 재밌는 게임인지 저마다 기준이 달랐다. 게임을 제작할 때 이질적인 직군간 대화와 공감을 최우선으로 둬야했다. 장병규는 “실력을 보고 채용하고 싶다는 유혹을 많이 느꼈지만, 결국 좋은 게임을 만드는 건 좋은 문화를 가진 조직이어야한 다”고 언급했다. 중략 게임이 좋아 게임 만드는 일에만 온전히 집중하려는 장인이면서 동시에 동료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직원을 맞고자 했다. 임재연 피플팀장은 “블루홀 최고의 복지는 나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동료들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략. 좋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선의의 경쟁을 해야 실력이 늘고, 더 나아가서 높은 연봉 상승을 이룰 수 있습니다. ‘좋은 동료가 구성원의 최고 선물’임을 알고 빈틈없이 검증하는 채용 전통을 만들어야 합니다.

장병규는 “블루홀의 많은 직원이 새로운 도전,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 하는 만큼 기회를 많이 주고 싶다"고 밝혔다. 회사는 구성원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주어야 했다. 그래야 직원들이 평소 갖고 있는 아이디어들을 활발히 교류하며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좋은 사람들이 만든 좋은 게임을 세계시장에 내놓아 보란 듯 성공하고 싶습니다. 블루홀은 ‘게임 산업은 존경받을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을 깨야합니다. (p.79)

일에 대한 스킬셋보다 대화가 통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 끊임없이 배우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갖춘 사람. 장인이면서 동시에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직원이 필요하다. 와이콤비네이터에서는 공동창업자의 자질로서 배우거나 학습할 수 있는 스킬셋보다 태도와 변하지 않는 쪽에 가까운 가치관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소통할 수 있으며 능동적으로 자기 동기부여로 일하는 좋은 구성원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무언가는 단순히 물질적이거나 경제적인 보상보다 장병규가 말한 새로운 도전,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 첫 번째 퇴사자의 메시지

그 불만이 본인의 인식보다 과장되어 표현되었을 수도 있겠고요. 또한 저분이 과연 우리 조직에 맞는 사람이었는가 뒤늦은 질문도 해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가 지향하는 조직의 가치 체계(신뢰, 팀워크)를 감안할 때 그냥 소홀히 흘리기보단 새길 것은 새기고 고칠 것은 고치는 노력도 게을리할 수 없다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선 그의 목소리를 그대로 공유합니다.

직원의 퇴사 이유는 이러했다.

업무 추진 방식의 문제점은 까라면 까는 방식이다. 일정과 결과물 품질 간에 긴장이 있을 경우 이를 현명하게 해결하지 않고 그냥 밀고가는 문화다. 문제의식이 있어도 커뮤니케이션할 상대가 없다. 이런 이야기를 회사 윗선과 자세히 하는 것도 거의 처음이고 할 사람이 없었다. 서로 터놓고 문제를 상의하고 해답을 찾지 않는 문화가 아쉽다. 조직 구조는 지나치게 톱다운 방식이고 역할과 권한이 불명확한 리더 그룹이 있다. 과연 적합한 자질의 사람이 윗자리에 앉아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 팀장급 이상 매니저와 팀원 간 대화도 너무 없 다. 결론적으로 조직과 미래 성과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포기했고, 고통이 심해 최근 머리가 빠지고 있다. 블루홀에 오면 위아래 사람이 유연하게 대화하며 일할 거라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이런 식으론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기업의 본성은 사람의 본성처럼 변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고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인간적 실망 때문에 감정이 상한 것도 사실 이다.

장병규가 답했다.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요, 저희의 비전인 MMORPG의 명가보다 개인이 즐겁게 일하는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답니다. 어쩔 수 없죠. 나가신다고 생각하고 이번 일이 그래픽팀이 좀 더 뭉치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세요. 그리고 이런 경우엔 전격적으로 업무 인수인계와 퇴직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퇴사자는 용기를 내고 본인의 시간을 써 꽤 중요한 지적을 하고 상세하게 문제를 말해줬다고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책만 읽었을 때에는 장병규는 비전이라는 미명 아래에 쉽게 넘어간 듯 하여 아쉽다. 피플팀의 말대로 고칠 것은 고쳐야 하나, 무엇인가 제작팀과 경영팀의 커뮤니케이션이 안되고 있고, 능동적으로, 단순히 기술적으로 제작하는게 아닌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능동적인 고민이 차단되는 현상의 레드 플래그의 조짐이 느껴졌다. 이 때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크래프톤이 시행착오와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조금은 덜 돌아가는 길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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