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과정을 졸업한 뒤 느낀점 (1)
졸업한 지 거의 1년이 지났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해 아직도 고민하는 나에게 대학원 생활을 돌이켜 보고자 기록을 남기려 한다.
1. 대학원 진학의 목적
나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학부생 1~2학년이었을 2013~2014년은 사람이 많아 군대를 가기가 쉽지 않은 때였다.
게다가 교수님들은 대학원에 진학하면 전문연구요원 제도로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을 하셨었는데, 군대를 갔다와서 자유의 몸으로 취직을 할 지, 국내 혹은 해외 대학원을 갈 지, 아니면, 국내 대학원을 우선 진학하여 석사 혹은 박사 전문연구요원을 할 지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존경하는 교수님을 포함하여 친구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고민을 터놓고 생각을 나누었고, 결론을 지을 수 있었다.
어떤 선택이든 장단점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걸 하자.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대 초에는 한창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고 싶은데, 나는 무얼 좋아할까?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할 무렵이었는데, 한 평생 공부를 해왔는데, 내 적성과 안 맞는 것 같지는 않은데, 조금 더 파볼까? 연구는 뭘까? 호기심이 생겼다.
박사까지는 모르겠지만, 석사는 한 번 해봐야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지를 파악하는 걸 넘어서, 보편적이지는 않은,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인데, 나는 대학원에 가면 어떤 사람이 될까?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가야할까? 고민했고, 내 목표는 아래와 같았다.
- 특정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보자.
- 빠르게 변화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학습 능력이다. 무엇이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수학능력을 기르자.
- 그와 더불어, 문제 해결력을 기르자. 좋은 문제를 정의하고, 풀 수 있는 능력을 얻자.
그렇게 2학년 무렵 나는 대학원에 가겠다고 결심했다.
2. 석사과정과 박사과정 진학
대학을 졸업할 무렵 나는, 운이 좋게도 가고 싶었던 연구실에 갈 수 있었다. 석사과정은 너무 오래 전 일이 되어버렸지만, 돌이켜 보면 재밌는 순간들도 많았고, 힘든 순간도 많았다.
석사과정은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렸다. 기억이 나는 것은, 창업 부전공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2년차 때, 정말 힘들게 맡은 과제를 해냈으며, 많이 부족했음에도 다른 학교의 교수님과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즐겁게 연구했다. 그 결과 첫 번째 SCI 논문을 제출할 수 있었다 (박사 과정 1년차에 출판이 됐다.)
그러나, 석사과정을 졸업할 때에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는데, 졸업을 하고, 기업에 가서 전문연구요원을 할지, 박사과정을 진학할 지 였다.
내가 대학원에 진학해서 얻고자 했던 세 가지를 얻은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고, 연구나 공부를 내가 좋아하는 지 조차도 판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했는데 내가 싫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면 맞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석사 과정에서 했던 것처럼 하다 보면 논문도 많이 쓸 수 있겠다는 생각, 현실적으로 석사 졸업 이후에 취업을 한다면, 회사를 그만두고 박사에 도전을 하는 것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 박사를 졸업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박사과정에 진학하게 됐다.
3. 길고 긴 박사과정
나는 박사과정을 2019년에 시작하여 2024년 2월에 졸업을 하였다. 5년동안 연구 분야도 바꿔보고, 창업에도 도전해보고, 인턴도 해보고, 수 많은 실패를 겪었다.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석사과정에 제출했던 논문이 좋은 성과가 있었고, 그 모멘텀을 이어서 한국 통신학회에서 우수논문상을 받았고, 그 다음 해에는 또 다른 SCI 논문과 우리 분야 최고의 학회에 논문이 accept이 되는 결과를 얻었다.
적어도 내가 연구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는 손에 꼽히는 연구자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느꼈던 한편, 내 연구의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제는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데에 감을 잡아서 원래 연구하던 분야로 논문을 쓴다면 논문을 금방 쓰고, 졸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러면 내가 얻고자 했던 문제 해결력과 수학 능력을 얻고 박사를 졸업을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그 이유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고 그 이유는, 내가 논문을 쓰기 위해 접근했던 방법은, 단순히 이런 연구 및 논문이 없으니 시도하여,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를 했던 느낌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오랫 동안 학계에만 있다보니, 실제로 내가 연구한게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인지, 쓰이는 곳은 있는 것인지, 진짜로 문제인 것인지, 의심이 됐고 fundamental한 연구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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